김쌤의 공부타파

[ 여행 / 맛집 ]

에이비로드

순수를 오래하는 카리브해의 낙원

산타마르타 Santa Marta

떠나지 않는 봄날,

메데진과 산타마르타


1525년 건설된 콜롬비아에서 

가장 오래된 콜로니얼 도시. 

평온한 파도 소리 위로 바예나토가 

흥을 지필 때 빈티지한 매력이 까닥까닥 고갯짓을 한다. 

보석 같은 카리브 해안부터 만년설을 품은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de Santa Marta) 

산과 타이로나 국립공원까지. 

숨 막히게 황홀한 자연미로 시몬 볼리바르가 

되찾은 짙푸른 낙원이 어느새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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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가로지르는 소소한 인간미, 다운타운 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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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마르타의 시간을 짚어보려면 다운타운으로 향해야 한다. 

막달레나 주의 주도이지만, 40만 명 정도가 

모여 살아 그리 크지 않은 규모. 

올드타운을 깊숙이 채운 우윳빛 건물에선 

콜로니얼 시대의 흔적이 희미하게 번진다. 

특히 나무 발코니는 리퍼블리칸 하우스의 

시멘트 발코니와 강한 대비를 이룬다.


대성당(Cathedral Basilica of Santa Marta) 앞 계단에 오르자 

성큼 다가오는 아르데코 스타일 건물과 현대 빌딩의 하모니. 

1834년 일어난 지진으로 과거와 현재가 엇갈리듯 공존한다. 

성스러운 오라로 압도되는 건 중앙에 자리한 대성당. 

시몬 볼리바르 장군(베네수엘라 출신 남미의 독립 영웅)이 

잠들었던 곳으로 지진 후 그의 시체는 베네수엘라로 옮겨졌다.


기다란 골목 하나를 고르자 카페와 

레스토랑, 숍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온다. 

그중 벤디토 카페(Bendito Cafe)는 놓치지 말 것. 

분위기 좋기로 소문난 핫 플레이스로 스페셜티 커피 맛이 끝내준다. 

시내에서 가장 힙한 거리는 5번가(Fifth Avenue).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이 열정적으로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쇼핑센터와 숍들도 차곡차곡 들어서 사부작사부작 구경하기 좋다.


시끌벅적한 소리에 놀라 시선을 돌리니 볼리바르 광장

(Plaza de Bolivar or Simon Bolivar Park)이 나타난다. 

산타마르타의 메인 광장으로 어둑해질 무렵 분위기가 반전되는데, 

번쩍번쩍 불빛이 켜지고 중앙 무대에서 

펌프질하듯 음악이 흘러나와 순식간에 발 디딜 틈이 없어진다. 

인파를 벗어날 때쯤 보이는 와유 부족 아주머니들.


볼리바르 광장과 타이로나 금 박물관

(Museo del Oro Tairona Casa de la Aduana) 

사이에 모여 앉아 와유백을 뜨는데, 뚝딱뚝딱 초집중 모드로 

크로셰(코바늘뜨기)를 만들어 장인의 풍모마저 느껴진다. 

‘고퀄’이면서 공예품 숍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득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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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따라 타오르는 해변의 로맨스, 해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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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말레콘(Malecon, 해안가 보드워크)에서 

카리브해의 해넘이를 감상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산타마르타만 주변은 광장과 레스토랑, 

카페 등이 모여 있어 살짝 들뜬 분위기. 

늘 현지인과 여행자들이 뒤섞여 인파로 북적인다. 

보드워크를 따라 공원 한복판엔 

침략자 로드리고(Rodrigo de Bastidas) 

동상과 타이로나 원주민(Native Tyrona) 

동상이 양쪽으로 맞서고 있다. 

밤늦도록 헤엄치는 자유로운 영혼도 드문드문 보인다.


곧은 길을 따라 정처 없이 걸으니 아무데나 

걸터앉아 키스를 나누는 연인, 

백사장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 

모래성을 쌓는 아이 등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그때 푸른 하늘이 서서히 달아오르며 일순간 찾아든 정적. 

한없이 망중한에 젖어들자 저만치 모로섬(Morro Island)이 

검은 상으로 맺혀 로맨틱한 여정의 정점을 찍는다. 

둥둥 한가로이 떠 있는 배 한 척과 

등대 하나까지 고이 품고 싶은 순간. 

추억으로 남을 카리브해를 포근히 끌어안는다. 

온기를 쫓으니 등장하는 리어카 행렬. 

생선 수프와 커피를 파는 아저씨들이 푸근한 미소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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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독립 영웅의 마지막을 지킨, 

킨타 데 산페드로 알레한 드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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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볼리바르는 남미의 투쟁과 독립 역사에 상징적인 인물. 

‘킨타 데 산페드로 알레한드리노(Quinta de San Pedro Alejandrino)’엔 

그의 숨결이 영원히 잠들어 있다. 17세기에 지어진 

초대형 아시엔다로, 집과 일터로 쓰인 건물을 1930년과 

1986년 두 차례에 걸쳐 공원과 박물관, 갤러리, 제단 등으로 리뉴얼했다.


결핵에 걸린 볼리바르는 아시엔다를 거느린 

사탕수수 농장주의 초대로 요양차 산타마르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오랜 보살핌에도 불구, 1830년 12월 17일 

결국 생을 마감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그를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킨타 데 산페드로 알레한드리노에 

볼리바르의 기록을 모셔두었다. 

살아생전 모습 그대로 재현된 방엔 

자메이카 친구에게 보낸 편지, 유언장, 독립선언문 등 

여러 유품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볼리바르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 

보낸 예술품도 곳곳에 전시돼 있다.


마지막으로 그가 연설했던 공간도 

남아 엄숙한 기운이 감돈다. 

자국민이 아닌데도 국보급으로 예우하는 

모습에 콜롬비아 국민과 정부가 다시 보인다. 

하늘로 솟구치는 야자수 아래 

이구아나와 다람쥐가 뛰노는 모습. 

한적한 공원을 거닐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안쪽 갤러리는 5개의 전시실로 구성, 

컨템퍼러리 아트를 위주로 신진 로컬 아티스트와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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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통, 영양 만점 레시피, 호세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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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셰프 ‘호세피나(Josefina)’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 

화이트와 라이트 블루로 산뜻하게 

어우러진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정갈하다. 

한쪽 벽면은 셰프가 사용하던 

빈티지 접시를 갤러리처럼 걸어놓았다. 

대를 이어온 200년 전 레시피로 

요리해 전통의 향기도 그윽하다. 

산타마르타 로컬 스타일로 할머니가 

정성 들여 해주신 음식을 먹는 기분.

 ‘묵직한’ 카예예(Cayeye)로 

애피타이저를 시작하는 게 옳다.


‘카예예’는 산타마르타의 대표적인 홈메이드 푸드. 

플랜틴에 치즈와 버터 등을 듬뿍 넣어 야무지게 비벼 나오는데, 

몇 숟갈만 떠도 금방 배가 부르다. 파워 넘치는 풍미에 

스프레드처럼 살살 녹는 식감이 매력적. 

보양식을 찾는다면 ‘산코호 데 

간두(Sancoho de Guandu)’ 수프를 추천한다. 

돼지갈비와 소갈비, 육포, 유카, 플랜틴, 나무콩 등이 

넘칠 듯 들어가 걸쭉한 스튜처럼 진국 같은 맛을 낸다.


해산물 마니아에겐 ‘아로스 데 

카마로네스(Arroz de Camarones)’가 제격. 

시푸드 파에야를 닮았는데살짝 질게 느껴질 만큼 촉촉하다. 

특히 카리브해의 신선한 새우와 오징어, 조개 등이 쫄깃쫄깃 

씹혀 바다 향을 오래도록 머금을 수 있다. 

현재는 오너 셰프의 아들이 운영 중. 

몇 년 전 어머니 호세피나의 

레시피를 모아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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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통, 영양 만점 레시피, 호세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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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센트로에서 차로 1시간 20분 정도 소요. 

산타마르타와 베네수엘라의 국경을 잇는 

카리베 간선도로를 통과해야 한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은 뒤 15분간 보트를 타는데, 

잔잔한 돈디에고강을 천천히 거슬러 오른다. 

수풀이 우거지고 물길이 꽤 넓어 야생미 넘치는 비주얼. 

하지만 수심은 1.2m 정도로 얕다. 

돈디에고강은 영화 <미션>의 배경으로 

등장해 한차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타이로나카(Taironaca)’는 많은 테라스를 가진 농장이란 뜻.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 주변을 돌로 둥글게 쌓은 타이로나 

원주민의 전통 집터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450년부터 1600년까지 타이로나 원주민이 살던 마을로 

집 몇몇도 남아 원주민의 생활상을 구경할 수 있다. 타이로나 

원주민은 총 4개의 종족. 현재 

코기(Kogui)족만이 타이로나카 주변을 지킨다.

 집은 이엉지붕을 얹은 둥근 오두막 형태. 

안으로 들어가니 부엌 살림과 

친환경주의 생활소품이 보여 흥미롭다.


그때 천장에서 반기는 박쥐 가족들. 

문명의 때가 새삼 그리워진다. 

반대편엔 타이로나 인디오 박물관도 마련돼 있다. 

스페인 침략자들이 금과 보물을 빼앗고 공격하던 모습, 

원주민의 생사고락 등이 그림으로 전시돼 분노가 차오른다. 

독화살을 비롯한 무기, 낚시용품, 그릇과 항아리, 

하얀색 전통 옷, 코기백 등 생각보다 볼거리가 다채롭다. 

내세관이 엿보이는 투박한 듯 정교한 토기도 눈에 띈다. 

강을 중심으로 산들이 에워싸 트레킹하기도 좋고, 

야외 레스토랑과 카페, 호텔, 수상 액티비티 시설 등이 

자리해 하루 이틀 정도 묵으며 에코 투어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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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 정글까지,

역대급 어드벤처 타이로나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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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해안 최북단에 

우뚝 선 천혜의 국립공원. 

거침없는 밀림과 로맨틱한 

캐리비언 해안을 따라가는 트레킹으로 유명하다. 

야영을 결심하면 해변의 방갈로나 

해먹에서 쏟아지는 별을 헤며 잠들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안 산맥 중 하나인 

‘시에라네바다 데 산타마르타’의 산기슭에 

파우더처럼 고운 흰 모래가 펼쳐지고, 

카리브해의 물결이 신비로운 빛깔로 찰랑인다.


산타마르타 시내에서 택시나 버스를 타고 

공원 입구까지 오는 것이 출발점. 

여기서 밴을 타고 다시 도보 

트레일로 가서 하이킹 코스를 고를 수 있다. 

걸어서 40분 정도면 길들지 않은 

아레시페(Arrecife) 해변을 마주하게 된다. 

바위 더미 위로 파도가 사정없이 철썩이고,

 위험한 역조 때문에 물에 

들어가는 건 꿈조차 꿀 수 없다.


바다 수영은 피시나(Piscina)나 카보데산후안

(Cabo de San Juan or El Cabo) 해변에서 도전해보자. 

가파른 트레일을 한 시간 정도 오르면 

버려진 마을 ‘엘 푸에블리토(El Pueblito)’가 나타난다. 

산길을 오르며 이름도 신기한 흰목꼬리감기 

원숭이와 티티 원숭이, 레드 하울링 

원숭이 등도 만날 수 있다. 

울트라 초특급 사이즈 쥐, 

카피바나도 불쑥불쑥 고개를 

내미니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말자. 

정글 깊숙한 곳에선 악어와 

재규어도 출몰한다는 소문.


타이로나 국립공원 역시 자연보호구역으로 

쓰레기도 함부로 버릴 수 없고, 

약도 치지 않아 심지어 레스토랑에서도 

벌레 떼와 사투를 벌여야 한다. 

이때 촛불을 켜면 벌레가 꼬이지 않으니 기억할 것. 

공원 내엔 아레시페(Arrecife), 피시나(Piscina), 

카보데산후안(Cabo de San Juan or El Cabo) 

총 3군데에 야영지가 있다.


* 자료출처 : AB-ROAD